혼잡통행료. 최악의 행정편의주의 제도

구한말  흥선 대원군은 경복궁 증건을 하려고 고액권인 당백전을 발행하고, 원납전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도성을 통과할 때 숭례문 등에서 통행료를 징수했습니다. 흥선 대원군이 직접적으로 실각한 원인은 최익현의 탄핵을 받은 사건이지만 백성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경복궁 중건에 대한 과도한 세금과 도성통행료 때문입니다.

현재 남산 터널을 통과 할 때 혼잡통행료를 받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터널 뿐만 아니라 4대문 안(중구ㆍ종로구)과 강남구 테헤란로 등 서울 도심 상습정체 지역을 '혼잡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중구,종로구,테헤란로 등에 차량이 진입 할 때 1회에 6000원에서 10000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동납부 시스템인 하이패스단말기(OBU)를 해당 지역 모든 진ㆍ출입지에 설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논리는 서울시의 길이 복잡하여 정체와 대기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거두어 들이는 재원은 대중교통에 투자한다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례를 런던의 혼잡통행료에서 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를 주도하고 있는 녹색성장위원회는 혼잡통행료 징수로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운행을 늘려 저탄소의 성장을 하는 계기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길이 혼잡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며,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 해야하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혼잡통행료 징수가 가장 좋은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습니다

대중교통 편하지 않다.

니오는 마포에 거주하며 직장인 강남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출근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을 3번 갈아타야 합니다. 그나마 서울안에 거주하기에 1시간동안 3번 갈아타며 출근이 가능한 것입니다. 주변에 보면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서울인근의 경기도권 중에 지하철이 없거나 있어도 많이 돌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출근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리거나 아주 복잡하게 돌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통행료를 낸다고 그걸 아끼기 위해 차를 안끌고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길이 혼잡에서 벗어나는거 좋다. 지하철은 어쩌라는 이야기?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쪽이 튀어나오게 마련이고 결국 풍선의 크기는 같습니다. 혼잡통행료 걷어서 승용차 타던 사람들이 지하철로 바꾼다고 가정해보면 도로는 약간 통행이 좋아지겠지만 지하철은 어쩌라는 이야기 입니까? 지하철이나 버스 타보면 지금도 지옥철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인구 자체를 분산시키지 않는 한 승용차를 타던 대중교통을 타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혼잡통행료를 걷는다고 해서 사람이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승용차를 모는 사람들을 길에서 지하로 몰아낸다는 정책은 전시행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출근 대체의 한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정말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들입니다만 이들도 계절적인 요인에 의해서 항상 자전거로 출퇴근하지는 않습니다. 겨울과 여름의 경우 기온이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지 않기에 대개 봄,가을 중심으로 취미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일년 내내 돌아갑니다. 자전거 출퇴근은 개인의 취미라는 관점에서 볼 문제이지 정책적인차원에서 자동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자전거도로의 미비 뿐만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한강으로 나뉘어 있고 경사가 심해서 자전거로 출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 자전거의 주차 및 도난방지문제와 샤워시설 및 탈의시설 등 자전거를 승용차의 출근대용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불 필요한 차량운행이란 없다.

혼잡통행료를 줄이는 목적이 '불필요한 차량운행의 억제' 라고 합니다만 그 누구나 다 필요하기 때문에 차량을 운행합니다. 생계를 위해 운행하는 차량만 필요에 의한 운행이고, 친구를 만나러 갈때의 운행은 불필요한 운행이라 이야기 할 수 는 없습니다. 서울에 차가 많은것은 단위 면적안에 인구가 밀집해서 발생하는 문제이지 그들의 이야기 대로 '불필요한 운행' 때문에 차량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앨뷸란스나 경찰차의 긴급운행을 제외하고, 차를 운행하는 가장 큰 필요는 운전사 각각의 운행 이유입니다. 내가 차를 끌고 나가는 이유는 항상 다른 사람의 이유보다 항상 더 타당합니다. 자신이 운전 할 때 불필요한 차량운행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사람의 운행이 불 필요한 차량운행일 뿐 입니다.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불필요한 차량운행을 줄이는 것이라기 보다는 통행료를 내는 사람만 운행하라는 의미가 됩니다.

런던에서 하려했듯이 하라

혼잡통행료를 이야기 할 때마다 정부에서 드는 예가 바로 런던의 혼잡통행료인 Congestion Charge 입니다.

런던의 혼잡통행료 지도


위 지도의 런던 중심부를 지날 때 하루 8파운드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8파운드(15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평일 07:00~18:00에 횟수와 상관없이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하려는 혼집통행료는 서울중심부와 테헤란로를 지날 때마다 6000원에서 100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징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차량마다 '하이패스 단말기' 달게 하겠다고 하니 혼잡통행료의 목적이 통행의 억제인지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런던의 경우 혼잡통행료를 인터넷으로 사전 납부시는 8파운드, 미납부하고 진입하였을때는 1일내 10파운드를 인터넷으로 납부하면 됩니다.

런던에서 혼잡통행료를 납부하는 사이트


한국은서울과 경기지역의 모든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팔고, 테헤란로에 인접한 모든 일을 이용할 때 마다 돈을 받겠다는 이야기 입니다. 알다시피 강남에서 남북으로 움직일 때 테헤란로를 통과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진짜로 돈을 걷어들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까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한다면 런던에서 하려고 했던 혼잡통행료 인상안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런던에서 2008년 10월에 도입하려했던 혼잡통행료 인상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런던의 혼잡통행료 인상방안
-배기량 3000cc 이상 (Co2 배출량 225g/km:도로세 밴드 G 이상) 의 차량은 하루 25파운드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그러나 도로세 밴드A·B(Co2 배출량120g/km 이하)의 신형차들은 이제부터 혼잡통행료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C~F밴드는 현재의 £8 그대로이다


이 인상안의 주 내용은 3000cc 이상의 차는 CO2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25파운드 (약4만 9천원)의 통행료를 내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차는 무료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처럼 '돈 없으면 차끌고 나오지마' 가 아니라 반대로 '큰 차 타니까 탄소 배출이 많으니 돈 더 내라' 입니다.

도로와 호텔의 차이점

도로와 호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고급호텔의 경우 돈을 많이 낸 사람이 더 큰 방을 이용하고 더 좋은 시설을 이용하게 됩니다.

도로는 기본적으로 도시기반시설이며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재입니다. 즉 시민이면 누구나 균등하게 시설이용의 권한을 가집니다. 그런데 몇개의 보완조항이 있다고 해서 이용료 부과라는 방식으로 제한 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빈부에 따라서 시설이용권리를 차별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그렇기에 공공재인 도로의 경우 혼잡통행료 같은 시설이용료를 받게 됨으로서  경제적 우위에 있는 사람은 공공재(도로)를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공공재(도로)의 이용에서의 평등권을 침해당하게 됩니다. 이 점이 호텔과 도로의 차이점입니다.

정부 녹색성장위에서 하겠다고 하는 혼잡통행세의 경우 전시행정, 탁상행정에 행정편의주의 까지 결합된 최악의 제도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문제해결이라면 대중교통/지하철 혼잡해소를 위해 지하철/버스 이용요금을 만원씩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혼잡통행료는 호텔같은 시설의 이용료라기 보다는 간접세에 가깝습니다. 간접세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 불리하고, 행정편의적으로 쉽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불평등 제도입니다.

정부에서 런던의 예를  들면서 '혼잡통행료'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도입된 런던의 혼잡통행료 제도에 대해 실제로 통행이 좋아졌는지 (실질적인 혼잡해소효과)에 대해서 아직 말이 많습니다. 2003년 시행시에 줄어들었다가 다시 교통량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늘었다는 것 입니다.

역사를 둘러보면 인두세를 받던 중국의 왕조들은 반드시 멸망했으며, 흥선 대원군 역시 무리하게 경복궁 중건을 위해 도성 통행세 까지 받다가 백성들이 등을 돌렸습니다.

런던에서 혼잡통행료를 올리자는 정책을 기안했던 런던시장인 켄 리빙스턴은 2008년 5월에 선거에서 져 보리스 존슨 현 런던시장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습니다. 인두세나 통행세와 같이 무리한 정책을 시행한 정부는 언제나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한나라당 정부가 혼잡통행료를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혼잡통행료로 인해 수도권 거주자들이 한나라당에게 표를 주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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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오 | 2009/11/08 11:47 | nweb ETC | 트랙백 | 핑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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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도로시 at 2009/11/08 15:31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서대문구에서, 노원구에 있는 학교에 다녔는데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자가용으로 30분 만에 주파하는 걸 알고 나서 진이 빠지더군요.
Commented by traynor at 2009/11/08 21:10
좋은글 보고 갑니다. 진정 정책추진의 목적이 '녹색'인지 아닌지
돈있는자를 위한 또하나의 정책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되네요.
그들의 진심이야 어떻든 객관적으로 결과가 좋은지 검토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09/11/08 22:21
서울 특히 강남에서 그정도 못내는 사람은 빼내자는 정책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돈없는 사람이 서울 밖으로 나가면 교통사정도 나아질겁니다. 좋은 땅인 서울 살려면 그 정도는 내야할겁니다.
Commented by nopi at 2009/11/09 00:28
사실 저는 큰 의미에서의 이 정책은 찬성합니다. 확실히 서울에 차가 많은 것은 맞습니다만...
지적하신대로 대중교통의 대대적 확충이 있기 전에는 뭔가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또한, 차종 구분않는 획일적인 적용 역시 문제가 있을거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Commented by 데롱 at 2009/11/09 08:19
돈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요일제 같은 제도가 아니라 일정 비용을 부담시키는, 체감 고통이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나는 이런 제도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평등권을 위협하는 제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월소득이 1천만원인 사람과 1백만원인 사람에게 6000원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겠죠.
Commented by gon사마 at 2009/11/09 08:51
어차피 이 정부는 머리 속에 삽 한자루 밖에 없기에 삽질을 하기 위해선 뭐든 하려고 할 것입니다.
Commented by ㅈㅈ at 2009/11/09 10:53
없으면 나가란 소리네요. 훗..
Commented by 달빛에만취 at 2009/11/09 12:55
교통과 도시설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혼잡통행료 징수는 행정편의주의 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돈을 매겨 차량을 억제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대중교통으로 도심을 진입하거나 통과하는 것이 더욱 빠르다면 누가 대중교통을 이용안하겠습니까? 파리 도쿄의 경우에 왜 그렇게 대중교통 이용율이 높은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사실 단순히 서울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요. 전국적으로 철도에 대한 투자보다 도로에 대한 시설투자비용이 훨씬 높지요. 이 뜻은 전국적으로 차량통행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밖에 안됩니다
Commented by ㅋㅋ at 2009/11/09 13:00
"한국이니까요"
Commented by josumin at 2009/11/09 13:14
돈없으면 서울에서 살지말라는 정책을 내 놓는다고 런던처럼 시장의 소속정당이 바뀔것 같지는 않은데여..ㅋㅋ -촌 사람-
Commented by 곰소문 at 2009/11/09 14:32
This is 실용!!
Commented by 교통지킴이 at 2009/11/09 14:51
3,000cc이상 10,000원, 3,000cc 미만 5,000원, 2,000cc 미만 2,000원으로 통행료를 책정하면 어떨까요?
Commented by 막장버러지 at 2009/11/10 09:14
정말 좋은 글 쓰셨습니다. 저도 항상 생각하고 있던 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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